리스본 둘째날 - 벨렝지구 및 국립 타일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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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호텔을 고른 이유 중에 하나는 조식이 잘 나와서였다.
간단한 음식만 주는 다른 호텔과는 다르게 이것저것 많이 있어서 한번 시도해 보고 싶었다.

아침 7시쯤에 일어나 조식을 먹고 9시 반쯤 벨렝 지구로 가는 택시를 타서 10시쯤 도착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잠에 들었다.
그런데 우리는 이상한 시차에 갇혀 버렸는지 눈을 뜨니 이미 10시. ㅎㅎ 아... 내 조식. 그래도 어제 남겨둔 에그타르트를 먹으니 정신이 좀 든다.
그 후에 부지런히 준비해서 벨렝 지구로 출발.

볼트를 부르고 계획을 수정해서 가장 가 보고 싶었던 곳 중에 하나인 파스테이스 드 벨렝(Pastéis de Belém)에 먼저 가서 아점?을 먹기로 했다.

파스테이스 드 벨렝(Pastéis de Belém)

외곽 도로인지 고속도로인지 모르는 도로를 달려 30분 좀 못되어서 목적지에 도착.
도착하니 제로니무스 수도원이 보인다. 인파가 꽤 있다 싶어서 부지런히 음식점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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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테이스 드 벨렝. 픽업하는곳 줄이 보인다.


음? 우리가 애매한 시간에 와서인지 줄이 없다.
안에서 먹는 줄로 들어가니 금방 테이블로 인도해 준다.
테이블은 내가 앉고 싶은 자리를 골라서 앉으면 서버가 와서 물어봐 주는 그런 시스템.

이번에도 이것저것 많이 시켰다.
에그타르트, 카푸치노, 햄치즈 샌드위치? (그럼에도 몇 개는 빼먹고 주문을 못함 ㅠㅠ)

조금 기다리니 주문한 음식들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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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조 에그타르트! 한번 먹어보자


에그타르트를 한입. 소문대로 페이스트리가 엄청 바삭바삭하다.
갓 나와서 그런 건지 엄청 따뜻하고 계란의 향이 매우 풍부했다.
다음엔 슈가 파우더만 뿌려서 한입, 시나몬 파우더만 뿌려서 한입, 그리고 섞어서 한입.
내 입맛에는 파우더 없이는 뭔가 약간 덜 단 느낌이었다. 한국 사람들 입맛에는 이게 더 맞을 듯싶긴 한데, 달달한 게 기본인 미국 입맛에 길들여져서인지 난 어제 먹은 만테이가리아가 좀 더 맛있었다.
그렇지만 바삭한 페이스트리는 파스테이스 드 벨렝의 압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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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푸치노도 맛있고, 잔도 이쁘다.


카푸치노도 맛있게 먹었다. 전부터 이 잔들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음식을 다 먹은 후에 커피잔도 기념품으로 추가 주문했다.
와이프는 토트백도 주문했는데 원하는 디자인은 이미 솔드아웃. 그래서 다른 디자인으로 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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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저것 시키고 기념품도 샀는데 50유로정도라니. 가격이 정말 좋다!


그렇게 조금은 아쉬움을 뒤로한 채 제로니무스 수도원으로 출발.

제로니무스 수도원(Jerónimos Monastery) 

조금만 걸어가니 금방 수도원이 보인다. 수도원 들어가는 줄이 꽤 길어 보이는데, 일단 나는 리스보아 카드가 있으니 그걸 믿고 가 보기로.
내 앞으로 못해도 50명 이상 있었던 것 같은데 생각보다 줄이 잘 빠진다. (몇 팀씩 끊어서 입장시키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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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이 생각보다 빨리 빠진다


우리 차례가 되고, 막내를 보더니 빠른 줄로 세워 주셨다. 오 이번에도 패스트트랙!
들어가기 전 티켓 기계에 리스보아 카드를 스캔한 후에 입장.

제로니무스 수도원.
예전에 ‘대항해시대’라는 게임을 즐겼던 분들이라면 아마도 들어보셨을 이름이다.
포르투갈로 시작하면 제일 먼저 발견하게 되는 유적지였던 것 같은데.
그땐 내가 여기를 직접 와 볼 수 있으리라곤 상상도 못했었는데 참 신기하다.
뭔가 내적 친밀감을 가지고 구경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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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장하면 계단을 통해서 바로 2층부터 가게되는 구조


계단을 오르고, 2층 회랑을 구경하고, 다시 1층으로 내려와서 회랑 뜰을 구경하고 나왔다.
포르투갈의 찬란했던 시절. 마누엘 양식은 독특하면서도 아름다웠다.
이 큰 건물에 기둥 하나하나마다 저런 조각을 했다는 게 참 대단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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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둥 하나하나마다 세심하고 화려한 마뉴엘 양식들


제로니무스 수도원을 나와서 바로 옆 건물로 입장하면 거기가 바로 루이스 드 카몽이스와 바스코 다 가마의 무덤이 있는 산타 마리아 벨렝 성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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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나의 라이벌(?) 이었던 바스코 다 가마 의 무덤


여기는 입장이 무료이니 그냥 줄 서서 들어가면 된다.
촛불에 불도 켜 보고, 저기 안쪽은 복원 공사를 하는 건지 공사가 한창이다.

빙 둘러 성당 내부와 유명한 위인들의 무덤을 구경하고 나왔다.
좀 더 자세히 보고 싶었지만 아이들과 여행하다 보니 이런 디테일한 부분은 어느 정도 포기를 해야 했다.

이제는 발견 기념비로 걸어가 본다.
사실 이것도 내가 어제 계획한 동선과는 정반대이다.

원래는

벨렝탑 → 발견 기념비 → 제로니무스 수도원 → 파스테이스 드 벨렝 → 국립 타일 박물관
으로 이어지는 동선이었는데 타일 박물관과 점점 멀어진다. ㅎㅎ

버스와 지하철이 다니는 길을 건너고 큰 광장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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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건너 맞은편 광장에서 바라본 제로니무스 수도원


마음 같아선 그냥 여기서 놀다가 숙소에 가고 싶지만, 나는 J이다.
계획을 세운 것은 일단 최대한 다 해봐야 한다.
광장을 지나서 지하도를 통해 길을 건너니 발견 기념비가 보인다.
넓은 광장 덕에 아이들은 신났다. 그저 달리고 또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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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항해시대를 기념하는 발견 기념비


발견 기념비(Padrão dos Descobrimentos)

어느덧 걸어서 발견 기념비에 도착.
집에서 여행을 검색할 때도 공사 중이라는 메시지가 있었는데 지금도 내부 수리 중이라 입장은 불가능.
조금은 아쉽지만 옆에서 사진을 찍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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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견 기념비 뒤로 4월 25일 다리가 보인다.


저기 멀리 4월 25일 다리도 보인다. 테주 강을 바라보고 왼편엔 다리, 오른편엔 저 멀리 벨렝탑이 보인다.

이제 벨렝탑으로 출발.
생각보다 좀 걸어간다. 걸어가는 길에 군데군데 브런치 식당들과 바, 젤라토 가게들이 보인다.
아이들이 젤라토 사달라고 아우성.

마침 목마른 김에 잠시 들러서 젤라토와 물을 샀다.
그런데 1.5리터 물 가격이랑 젤라토 가격이랑 같다!
3유로 (젤라토가 싸다는 뜻 ㅎㅎ)
그렇게 잠깐 쉬고 다시 벨렝탑으로 걸어간다.

벨렝탑(Belém Tower) 

공원 같은 잔디밭이 나오고 좀 더 가니 탑이 보인다.
탑 아래로는 파도가 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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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렝 탑. 입장을 못해서 아쉬웠다.


입장을 해볼까 했는데 줄이 너무 길어서 포기.
역시 벨렝탑은 오픈런을 해야 할 것 같다.
외관을 열심히 관람하고 사진 찍고 하다 보니 시간은 어느덧 세 시가 넘어간다.
이제 타일 박물관으로 가야 할 시간. 박물관이 6시에 닫기 때문에 서둘러야 한다.

벨렝탑에서 타일 박물관은 끝에서 끝인 느낌이라 다시 30분 정도 걸리는 것 같다.
볼트를 타고 강을 따라서 한참을 달려 타일 박물관에 도착.
생각보다는 소박한 느낌.
그렇지만 리스본 여행을 계획했을 때 가장 와 보고 싶었던 곳 중에 한 군데였다.
1위는 제로니무스 수도원, 2위가 바로 여기 아줄레주 박물관(국립 타일 박물관).

전망대에서 보이는 리스본의 주황색 지붕의 건물들도 매력적이지만
이 푸르스름한 아줄레주 타일들이 나에겐 굉장히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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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트를 지나 조금만 들어가면 박물관 건물 입구가 있다.


국립 타일 박물관(National Tile Museum, The Museu Nacional do Azulejo) 

건물 내부로 들어오니 여기도 제로니무스 수도원과 마찬가지로 카드를 찍는 기계가 있다.
리스보아 카드 덕에 여기도 무료 입장.
키오스크에서 언어 선택 후에 스캔을 하면 완료.

박물관에 있는 타일 하나하나 꼼꼼하게 보고 싶었지만 역시나?
내 페이스대로 하나하나 관람할 수는 없었다. (아이들은 기다려 주지 않는다)
그래도 신기한 문양이나 색채 등을 관람하면서 한 층 한 층 올라가서 구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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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하면서도 익숙한 타일 무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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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층의 그림은 아니지만 리스본 전경을 담은 또 다른 타일작품

3층인가? 에 있었던 리스본 전경을 그려 놓은 타일은 정말 장관이었다.
마치 타일로 파노라마 사진을 찍은 듯이 정교한 그 그림들.
듣기로는 그 모습이 리스본 대지진 전의 모습이라고.

그렇게 과거부터 현재 작품들까지 다 구경하고 입구에 있는 카페에 잠시 들렀다.
야외에 앉았는데 여기는 새들의 천국. ㅎㅎ
아 그리고 유럽은 아직도 담배에 참 관대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테라스는 흡연 구역이라서인지 테이블마다 담배 피우시는 분들이 꽤 있었다.
아무튼 그렇게 잠깐 또 휴식을 하고 기념품 코너로. ㅎㅎ
이런 박물관에 오면 기념품 구경을 꼭 한다.
책갈피며, 컵받침이며, 엽서들이며 아줄레주 타일 양식으로 만들어 놓으니 눈이 돌아간다. ㅎㅎ
그렇게 한가득 과소비를 하고 시간을 보니 거의 6시.
박물관 문 닫을 시간이다.
부랴부랴 볼트를 불러서 이번엔 상 조르주 성으로 향한다.

아이들이 저녁은 뭐 먹을 거냐고 떼를 쓴다.
"저녁엔 너네들이 먹고 싶다고 했던 피자 사줄게." 라고 달래고 상 조르주 성(Castelo de São Jorge)으로 이동.

결국 저녁에 피자를 먹기는 했으나 이 피자 때문에 또 헤프닝이.

아 근데 피자는 맛있긴 했다. (포르투갈까지 와서 피자라니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