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본 셋째 날 - 문어요리, 산타 주스타 엘리베이터 그리고 코메르시우 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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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람과 함께 잠에서 깼다... 가 다시 잠들었다. 그러나 오늘은 이 호텔에서의 마지막 날. 조식을 꼭 먹겠다는 불굴의 의지로 다시 일어났다. 다행히 조식 뷔페가 닫기 한 시간 전쯤에 도착해서 아침을 먹었다. 일반 미국 호텔들의 조식 뷔페와는 다르게 페이스트리와 빵 종류가 다양했고, 에그타르트도 있었다. 소시지도 두 종류 정도 있었고, 여기만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자판기 대신 큰 병에서 주스를 따라 마실 수 있었고, 물이랑 탄산수도 병째로 들고 가서 마시게끔 되어 있었다. 반대로 미국에서 흔한 와플 만드는 기계는 못 본 것 같다.

그렇게 조식을 먹고 레이트 체크아웃이 안 되는 관계로 짐을 싸서 로비에 맡기고 볼트를 불렀다.

첫 번째 목적지는 산타 주스타 엘리베이터(Santa Justa Lift)를 가려고 했으나 짐 싸고 맡기고 하면서 시간이 늦어져서 어제 봐두었던 맛집 오픈런을 하기로 했다.

오늘 갈 곳은 엘 레이 돔 프랑고(El-Rei Dom Frango). 어제 어디 갈지 계획을 세우다가 우연히 한 블로그에서 발견한 곳이다. 이번 여행에서 기대한 것 중에 문어요리가 있었는데 아직 제대로 된 문어요리를 먹어보지 못해서 아쉬워하던 차에 이곳 음식이 맛있다 하여 가기로 결정.

볼트를 타고 잘 가다가 갑자기 차들이 다 멈추었다. 이유가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차들이 움직일 생각을 안 해서 지도를 보니 걸어서 5분이 채 안 되는 거리. 기사님께 여기서 내리겠다고 하고 음식점으로 걸어갔다. (나중에 보니 카르모 수녀원에서 조금 내려가면 되는 거였고, 산타 주스타 엘리베이터나 전망대와도 그리 멀지 않았다.)

음식점으로 가는 길에 보니 큰 트럭 하나가 길가에 주차된 차 때문에 지나가지 못해서 생긴 교통 체증이었다.

목적지에 도착해서 가게를 찾는데 잘 안 보였다. 오픈런 하는 사람들 줄이 있겠거니 했는데 전혀 줄도 없고, 근처를 조금 두리번거리다 보니 가게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생각보다 작은 가게. 우리가 첫 손님인 듯했다.

엘 레이 돔 프랑고(El-Rei Dom Frango)

  

조식을 안 먹었다면 여러 개 시켜봤을 텐데 (특히 오늘의 생선 요리가 궁금했다.) 우리의 목적은 문어구이였으므로, 문어구이와 피카냐(설깃머리살)를 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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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하는게 자리에서 바로 보인다.


오픈 키친으로 바로 앞에서 문어와 고기가 구워지는 게 보이고, 드디어 기다리던 요리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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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이 상당히 푸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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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만 해도 군침이 돈다.

문어를 써는데 상당히 부드럽다. 우와! 그래, 이거지! 첫날 해물밥 집에서의 아쉬움이 해소되는 느낌이었다. 부드럽게 씹히는 문어와 마늘의 풍미. 그 옆에 피카냐도 부드럽게 썰리고, 같이 따라오는 밥도 살짝 간을 한 것인지 새콤짭짤 맛있었다. 아이들도 맛있는지 군말 없이 다 잘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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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도 굉장히 부드러웠다.


“그래, 이게 내가 기대하던 포르투갈이었어!”

접시를 싹싹 비우고 얼마가 나오던 기분 좋게 내리라 하고 다짐했었는데...

오잉? 가격도 진짜 친절하다. 만약 리스본에 또 오게 된다면 재방문 의사가 있는 음식점이었다.

그렇게 생각보다 일찍 점심을 먹고 두둑한 배로 산타 주스타 전망대로 가기로 했다.

그냥 왔던 길을 되돌아가서 카르모 수녀원을 지나니 바로 전망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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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주스타 전망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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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구스타 길을 따라서 저 위에 상 조르주 성도 보인다

날씨가 조금 흐리긴 했어도 리스본 시내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그렇게 잠깐 구경을 하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기로 했다. 유튜브나 블로그에서 전망대에서 내려가는 게 줄도 덜 서고 시간 절약을 한다고 해서 그렇게 동선을 짰는데 진짜 잘한 것 같다. 엘리베이터가 올라오기까지 좀 기다리는 시간이 있었지만 우리는 줄 없이, 아니 우리 가족만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갔다. 리스보아 카드가 있어서 타기 직전에 스캐너에 카드를 찍고 탑승하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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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펠탑을 만든 에펠 의 제자의 작품이라고 한다.


내려서 보니 엘리베이터를 타고 위로 올라가는 줄은 벌써 길게 늘어져 있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온 이유 중에 하나는 바로 옆에 있는 기념품점에 가기 위해서이다.
한국 사람들이 좋아한다는 물감 잼 가게가 엘리베이터 바로 옆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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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색 라인 안쪽이 다 엘리베이터 탑승 줄이다.
그 옆에 6 이라고 간판에 써있는 곳이 메이아 두지아 물감잼 가게이다.

메이아두지아(meia-dúzia)

여러 가지 포르투갈 지역의 특산품으로 잼도 만들고, 올리브유도 팔고 하는 곳이었다.

이것저것 샘플들을 먹어보고 우리가 먹을 것과 선물할 것 몇 가지를 골라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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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량이 적당해서 기내수화물로 가져가도 문제 없을 듯 하다.
 큰 박스는 내가 박스 문양을 고를수 있다.

오늘부터 비가 온다고 했는데, 기념품을 사고 나오니 한두 방울 비가 떨어지기 시작한다. 그런데 하루 종일 계속 내리는 게 아니고, 이런 식으로 조금 흩뿌리다 개다를 반복했다.

이제 리스본에서의 마지막 관광지 코메르시우 광장으로 가기로 했다.

“지구오락실 시즌 3에서도 나왔던 그 광장이다.”

코메르시우 광장은 아우구스타 거리에서 테주강이 보이는 곳으로 쭉 걸어가면 된다.

걸어가면서 보니 저녁엔 한가해 보였던 만테이가리아 에그타르트 집에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미리 사 먹어보길 다행이다라고 생각하면서 쭉 광장까지 내려갔다.

조금 걸어가다 보니 아우구스타 개선문이 보인다. 원래는 여기도 리스보아 카드를 사용하여 전망대까지 올라가 보려 했으나 막내의 땡깡이 심해지는 관계로 패스 ㅠㅠ

아우구스타 개선문(Arco da Rua Augus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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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구스타 개선문. 아쉽지만 전망대에는 올라가보지 못했다.



큰 길을 두어 개 정도 지나니 광장이 나타났다.

코메르시우 광장(Praça do Comérc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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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구스타 개선문 앞 광장. 강쪽을 바라보며 찍은 사진이 없다 ㅠㅠ



사진에서 보았던 것과는 다르게 바닥이 다 포장된 것이 아니고, 먼지가 날리는 돌? 같은 걸로 되어 있었다.

이 광장에서 소매치기를 많이 당한다는 글들을 많이 보아서 경계하면서 열심히 사진을 찍었다.

탁 트인 넓은 광장과 테주강을 바라보니 마음 또한 넓어지는 느낌이었다. 시간이 많이 있었다면 노을을 보면서 멍 때리기도 좋았을 것 같았다. 그러나 우리는 다시 호텔로 돌아가 짐을 찾고 신트라로 가야 한다.

좀 더 머물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고 호시우 광장에서 볼트를 불러 호텔로 갔다.

신트라는 어떤 곳일지 기대가 된다.